제882장

송주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재민이 서하윤의 편을 들어 그녀에게 화를 내다니. 순간 그녀는 이성이 무너졌다. “지금 서하윤 때문에 나한테 화낸 거야? 그런데도 서하윤에게 마음이 없다고? 마음은 있는데 용기가 없는 건 아니야? 서하윤이 은우 오빠랑 결혼해서 기회가 없으니 이러는 거지?” 그래, 그런 거야. 서하윤 천박한 년. 누구에게나 꼬리 치고 다니는 여우 같은 년! 그게 아니면 은우 오빠는 절대 나 의심하지 않았을 거야! 나에게도 희망이 있었을 거라고! 강재민은 조금 어리둥절해지더니 곧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송주희는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그녀의 비뚤어진 시선과 질투심은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녀와는 너무 달랐다. 송주희가 변했다. 강재민은 송주희를 밀치며 말했다. “내가 너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 의사한테는 혼자 가. 각자 진정하고 다시 얘기하자.” 송주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분함을 되찾았다. 강재민이 뒤돌아서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 “오빠, 미안해. 내가 너무 예민했어.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이성적이지 못했어. 그러니 화내지 마.” 강재민은 송주희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느꼈던 낯선 기운이 다시 떠올랐다. 그는 왜 송주희가 갑자기 그를 찾아왔는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송주희가 말한 것처럼 많은 일을 겪고 나서 그녀가 진정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깨달은 걸까? 송주희는 강재민의 눈빛에서 불쾌감과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지며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ㅡㅡ 밤 9시 반, 서하윤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차은우는 손님방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서하윤이 나왔을 때 마침 차은우는 물기가 있는 머리를 흔들며 나왔다. “할 말이 있어.” 차은우가 먼저 말을 꺼내며 그녀를 침대 쪽으로 불렀다. “나 먼저 잠옷으로 갈아입을게.” 서하윤이 고개를 끄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