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2장

“재민 오빠,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송주희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강재민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곧 생각에 잠긴 듯 물었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송주희는 강재민이 이렇게 차갑게 물을 줄 몰랐다. 그 태도는 지난번보다도 훨씬 냉정했는데 예전과 지금의 차이가 너무 극명해서 마음이 다 아플 정도였다. "재민 오빠, 꼭 이렇게 해야 해? 꼭 이렇게 차갑게 나를 대해야만 해? 우리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 나 사고 소식도 들었을 텐데 왜 병문안 한 번도 오지 않았어?" "내가 전에 뭐라고 했는지 잊었어? 게다가 넌 이미 다른 사람 만나고 있잖아.” 강재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예전에는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은 그저 귀찮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눈치 빠른 송주희는 곧 강재민의 짜증을 알아챘다. 다른 사람이 있다고? 대체 누가 강재민에게 그런 말을 한 걸까? 혹시 약혼녀 설아현? “재민 오빠... 누가 그런 말을 해?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 은우 오빠 좋아했던 거 오빠도 알잖아. 근데 내가 왜 다른 사람을 만나? 근데 나 이젠 알겠어. 나와 은우 오빠는 절대 불가능해. 은우 오빠는 결혼했고 나는 은우 오빠를 축복해 줘야 해.” 송주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정말 아직도 미련이 가득한 모양이다. 그러자 강재민은 안색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날 너희 집 아래서 올려다봤는데, 너 어떤 남자랑 베란다에 있던데?” 송주희의 얼굴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남자? 그날 차관우가 베란다에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꽤 높아 강재민은 차관우의 얼굴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송주희는 주먹을 꽉 쥔 채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삼촌이야. 세명시에 찾아와서 돈 빌려 달라고 했어. 내가 어떤 집안에서 자랐는지 오빠도 잘 알잖아. 시골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라 그날 내가 문을 열었더라면 오빠한테도 빌붙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