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5장
퇴근 후, 서하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상큼한 과일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할머니, 저 왔어요."
최금주는 서하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갑게 돌아보았다.
"하윤이 왔구나? 어서 와서 우리 집 과수원에서 방금 딴 멜론을 맛봐라."
서하윤은 멜론을 먹고 있는 차은우를 힐끔 바라보았다.
서하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차은우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시선이 마주친 후,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럽게 서로의 눈을 피했다.
“들어오는데 과일 향이 너무 좋더라고요. 마침 요즘 멜론이 먹고 싶었는데."
서하윤은 웃으며 다가가 말했다.
이때, 김 집사가 갓 자른 과일을 가지고 나왔다.
갓 따온 과일은 정말 신선하고 향긋하고 달콤했다.
서하윤은 과일 두 조각을 먹고 시간을 확인했다.
"할머니, 먼저 드시고 계세요. 제가 저녁 준비할게요. 할머니께 제 요리 실력 좀 보여드려야겠네요."
서하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려 하자 최금주는 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럴 필요 없어.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할 거잖아. 내가 우리 집 가정부와 요리사까지 전부 데려왔으니 넌 그냥 편하게 쉬어.”
이때 차은우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전 처리할 일이 있어서 서재로 갈게요.”
최금주는 그런 차은우를 따가운 눈길로 쳐다봤다.
서하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차은우 앞에서 다정한 부부를 연기하는 게 불편했다.
두 사람 사이는 너무 어색해져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약 30분쯤 지나자 요리사는 저녁 준비를 마쳤고 서하윤은 차은우를 부르려고 서재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리자 차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서하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차은우는 마치 그녀의 속마음이라도 꿰뚫을 듯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차은우의 손에 들린 책을 보고 그녀는 방금 그가 처리할 일이 있다고 말한 것은 핑계였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 최금주 앞에서 애정 표현을 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가자.”
차은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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