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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장

이게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 차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서하민은 입이 얼어붙어 그저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는 슬그머니 몸을 옆으로 돌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마치 흉악한 괴물에게서 도망이라도 치는 듯, 엘리베이터에서 나갈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도망쳤다. 차은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서하준은 배짱이 상당히 큰 사람이다. 차은우를 처음 만났을 때도 전혀 놀라지 않았는데, 서하준과 서하민은 왜 저렇게 다른 건지... 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서하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어딘가를 응시하는 차은우를 발견하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나 방금 네 둘째 오빠 만났어.” 차은우가 말했다. 그러자 서하윤은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서하민?” “응, 네 오빠. 아직 뜨지 않는 걸 보면 너무 소심해서 그런 건가?” 차은우가 물었다. 차은우가 서하민을 ‘소심하다’라는 단어로 묘사하자 서하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오빠가 소심하다고? 우리 오빠 배짱 장난 아닌데?” 서하민은 어릴 적부터 산을 오르고 강도 건너며 심지어는 나무에 올라 새 둥지를 뒤지고 말벌 집을 건드리는 등 온갖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짱으로 불릴 정도였다. 학생들을 괴롭힌 건 아니지만 그를 괴롭히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서하민 역시 누군가 그를 소심하다고 말하는 상황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차은우는 뭔가 더 말하려다가 서하민이 서하윤의 오빠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서하윤의 눈에 자기 오빠는 소심할 리가 없으니까. “가자.” 서하윤은 더 묻지 않았지만 서하민을 마주치지 않은 것에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녀와 차은우의 관계를 설명해야 했을 테니까. 이쯤 되면 가족들에게도 이 관계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최금주 역시 두 집안의 만남을 제안했었다. 차은우와 3년 뒤에 이혼한다고 해도 3년 동안 계속 가족들에게 숨길 수는 없는 일이다. 꼬리가 길면 반드시 밟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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