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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장

하지만 강재민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심은아는 강재민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초인종을 누르고 전화를 걸어도 응답이 없었다. 어젯밤의 일로 강재민은 그녀에게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너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내 말 들리는 것도 알아. 이번 일은 내 실수야. 내가 생각이 짧았어. 너무 다급한 나머지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 같아. 우리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차은우한테 말 좀 잘 해주면 안 될까? 미안해, 더는 찾아오지 않을게.” 뒤돌아선 심은아는 몇 걸음 걷다가 다시 돌아서서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고 열릴 가능성도 없었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꽉 깨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떠난 후에야 문이 열렸다. 강재민은 뭔가 말하려 했다가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다. “미리 생각했어야지. 내가 어제 한 말은 다 흘려들은 거야? 다 네 자업자득이야.” ㅡㅡ 강재민의 집을 떠난 심은아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심씨 가문 친척들까지 모여 하루 종일 회의를 이어갔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심은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에는 심정국과 차영숙만 남아 있었다. 심은아가 돌아오자 차영숙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됐어? 서하준이 우릴 돕는대? 서하윤에게 조건을 제시하겠지?” 차영숙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심은아는 어젯밤 잠을 못 잔 데다 오늘 하루 종일 정신적으로 지쳐 있어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준 씨는 날 진심으로 좋아하고 믿어. 마침 저녁에 서하윤과 만난다고 하니까 아마 우릴 위해 얘기해줄 거야.” “아마? 왜 아마야? 우리 가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널 얻을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 차영숙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차영숙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에 순간 심은아는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다. 이 상황에서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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