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7장

임수아의 연락을 받았을 때, 강서진은 호텔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이 딸만 생각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 진다. “엄마, 전엔 제가 잘못했어요. 홧김에 그렇게 내뱉고 집 나온 뒤로 후회하고 또 후회했어요.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임수아가 진심어린 태도로 거듭 잘못을 인정했다. 허나 강서진은 더이상 그런 임수아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잘못 인정하는 건 잘한 일이야. 그래도 사람은 겪어 봐야 알지.” 강서진이 담담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정녕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이 어떤 지는 시간에 맡기면 될 터. 임수아는 눈을 희번득 거렸다. 겪어 봐야 알긴 개뿔! “엄마, 우리 집 일 생겼는데 저 지금 너무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저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 흑흑......” 임수아의 흐느낌 소리는 유난히도 애처롭고 가엽게 들렸다. 강서진이 한숨을 푹 쉬며 묻는다. “무슨 일인데?” 그 집 사람들 일처리 방식이라면 일이 생기고도 남지. “엄마 차 사고 났어요, 두 다리까지 절단돼서 앞으로 침대에 밖에 못 계신대요.” 그 말에 강서진도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심한 사고였어?” “네, 수술 끝나고 깨어나시고도 여전히 현실을 못 받아 들이세요. 저흰 속상해 죽겠는데 그날 언니는 병원 왔다가 얼마 안 돼서 돌아갔거든요. 엄마가 보고 싶어 하는데 지금까지도 연락이 안 돼요. 엄마, 엄마가 대신 언니한테 연락해서 병원으로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임수아가 진짜 목적을 드러냈다. 아무도 연락이 안 된다 한들 강서진은 예외지. 강서진이 직접 나서야만 서하윤의 동영상을 지우게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이상은 위협을 받지 않을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강서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윤이는 요즘 일 있어서 말이야. 하윤이 개인적인 일이라 말할 수는 없으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연락해 봐.” 상처에 속이 어느 만큼 문드러 졌으면, 그들이 알지 못하는 여러 수모들을 겪어오지 않았더라면 그 착한 하윤이가 어찌 임씨 가문을 멀리 할까? 그러니 임씨 가문을 도와 줄 순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