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9장

"괜찮아. 예전에도 두통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냐. 네가 곁에 있어 주면 아프지 않아." 차은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서하윤을 바라보았다. 매일 볼 수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아무리 봐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서하윤은 차은우가 병원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문 선생을 집으로 불러서 한번 봐달라고 할게." 사악한 기운 때문이라면 그녀가 처리할 수 있지만 몸에 이상이 있다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했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법이니까. "알겠어." 차은우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문진섭이라는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그에게 온갖 약을 처방했는데 차은우는 그걸 먹는 게 아주 싫었다. ㅡㅡ 밤이 깊고 고요할 때. 서하경은 방금 퇴근했다. 요즘 협력 업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해서 회사 직원들은 물론이고 주주인 그도 함께 야근 중이었다. 오늘은 비교적 일찍 퇴근한 편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가끔 밤을 꼴딱 새우기도 했으니까. 회사 정문 앞에서 몇몇 동료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눈 후 각자 자기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했다. 서하경은 저녁에 커피를 두 잔 마셨기 때문에 정신이 말짱한 것이 전혀 졸리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12시 30분이었다. 요즘 그는 자전거를 타는 걸 좋아해서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고 있었다. 길이 막혀도 영향을 받지 않고 이동 시간도 대략 30~40분 정도였다. 자전거를 타려던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마구 뛰어오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급히 브레이크를 잡았다. "괜찮아요?" 서하경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거의 부딪힐 뻔한 사람은 여자였다. 여자는 머리를 헝클어뜨렸는데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거의 다 가리고 있었다. 서하경이 겁이 없는 편이 아니었다면 아마 놀라 기겁했을지도 몰랐다. 한밤중에 처녀 귀신이라도 만난 줄 알았을 것이다. "서하경 맞죠?" 여자는 질문을 던지며 머리카락을 정리했고 곧 정돈된 머리 사이로 정교한 이목구비가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