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7장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억을 되찾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친구들과 자주 만나거나, 기억을 자극할 만한 일이 있다면요. 사실 오늘도 조금의 진전이 있었습니다. 구진영 씨께서 예전에 미은 씨와 함께했던 몇 가지 장면을 떠올리신 것 같더군요. 앞으로 미은 씨께서 과거의 장소들을 자주 방문하며 기억을 되살려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추미은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화를 끊고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그녀는 더욱 불안해졌다. 이전 병원에서 의사는 분명히 말했다. 차은우가 뇌 손상으로 인해 평생 기억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러나 방금 심리 상담사의 말에 따르면, 기억을 되찾는 것이 어렵긴 해도 불가능하지 않으며, 차은우는 이미 일부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설마... 이번에 세명시에서 가서 서하윤을 만난 것이 그에게 강한 자극이 되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이를 꽉 물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후회스러워 죽겠어. 추미은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또다시 차은우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차은우는 받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현관문이 열렸다. 추미은은 놀라며 문 쪽으로 뛰어가 신발을 벗고 있는 차은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놀람, 혼란, 두려움 같은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진영…” 차은우는 그녀의 부름을 듣고 고개를 들어 추미은을 바라보았다. 추미은은 갑자기 몸이 굳었다. 마치 차은우의 시선에 갇혀 버린 것 같았다. 차은우의 시선은 여전히 깊고 그 속을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엔 그 속에 더욱 강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 “왜...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추미은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 곧바로 물었다. 차은우는 신발을 갈아신고 태연히 대답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어.” “진영 씨, 우리 결혼식을 미리 올리면 안 될까? 요즘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자꾸 악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