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2장

예전의 구진영은 복유원에서 자라온 탓에 성격이 내성적이고 고립되어 있었다. 대학 시절에도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녀란 여자친구 뿐이었다.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서는 동료들에게 자주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곤 했다. 지금의 구진영과는 전혀 달랐다. 비록 지금의 그는 차가운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발휘하며, 사람들이 스스로 그의 일을 도우려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재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했다. 이렇게 생각하자, 추미은은 점점 더 불안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세명시를 떠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세명시를 떠나는 것을 그렇게 강하게 주장한 그녀의 행동이 이미 차은우에게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추미은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차은우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초조함은 커져만 갔다. 차은우는 자신을 피하며 시선을 회피하는 추미은을 바라보며, 마음속의 의심이 점점 더 커져갔다. “너무 생각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면서 이틀 뒤의 수술 준비나 해.” 차은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추미은은 그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답하지 않자,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다. “진영 씨,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응, 믿어.” 차은우는 여전히 간결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추미은의 눈에는 그가 자신에게 더 이상 긴말을 할 의욕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마음에는 큰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답답함이 가득했다. 추미은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무언가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술 끝에서 멈춘 질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틀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M 국에는 서하윤이 없다. 앞으로 그들과 서하윤이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 오후 3시. 서하윤은 시차 적응을 위해 잠에서 막 깨어나 2층에서 내려왔다. 최금주는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서하윤이 깨어난 것을 본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