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9장

”만약 이게 악물 때문이 아니라면, 우리 아빠가 정말로 밖의 여자가 엄마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 엄마는 예전에 세명시에서 제일 유명한 사교계 인사였어. 엄마와 결혼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은 줄을 설 정도로 수없이 많았어. 아빠는 그런 엄마를 얻기 위해 몇 년이나 노력했다고 했는데. 그런데 내가 열 살쯤 되었을 때부터 아빠가 밖에 여자를 두기 시작했어. 처음엔 엄마가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도 아빠는 절대 밖의 여자 때문에 엄마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어. 엄마도 그런 사람들은 그저 돈으로 사는 장난감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않았어. 나도 아빠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그렇게 믿었는데, 결국엔...” 성지현은 말을 할수록 마음이 점점 더 괴로웠다. 서하윤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성지현의 하소연에 별다른 감정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님한테 마음을 좀 편히 가지시라고 말씀드려.” “알았어, 내가 엄마를 설득해 볼게.” 성지현이 답했다. “더 할 말 없으면 끊을게.” 서하윤이 말했다. “아, 잠깐만!” “또 무슨 일이야?” 성지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나 방금 민성 병원에서 구진영을 봤거든. 이번이 처음 본 건데, 차은우랑 너무 똑같이 생겼더라. 거의 판박이야. 그래서 좀 황당한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그 사람이 차은우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말을 하고 나니, 그녀는 자신이 너무 드라마나 소설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하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서하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답했다. “그럴 가능성 없을 거야.” 성지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든 생각이야. 요즘 심심해서 드라마랑 소설을 많이 봤더니 이런 상상이 들어서. 신경 쓰지 마.” “응.” 통화를 끝낸 뒤, 서하윤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구진영을 떠올리며, 성지현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제는 그가 차은우이길 바라는 마음마저 생겼다. 저녁은 대충 라면으로 때웠다. 30분 전, 강서진이 집에 와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