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8장

“하윤 씨?” 추미은은 눈앞에 있는 서하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다가 또 서하윤을 만나게 된 거지? 이게 서하윤이 구진영과 자신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일부러 온 게 아니라면, 이런 상황은 도저히 우연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서하윤은 추미은의 말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그녀와 우연히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때 차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추미은은 서하윤을 차갑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서하윤 씨야.” 그러자 구진영이 반대편에서 내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서하윤에게로 곧장 향했다. “구진영 씨, 추미은 씨, 안녕하세요” 서하윤은 그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추미은은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서하윤 씨가 왜 여기 있죠?” 추미은의 질문에, 서하윤은 얼굴을 냉랭하게 굳히며 대답했다. “지나가는 길입니다.” 그러고 나서 덧붙였다. “차 문 좀 닫아 주시겠어요? 앞에 사고가 나서 그쪽으로 가야 해요.” “지나가는 길이라고요?” 추미은은 명백히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이런 게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말 누가 믿을 것 같아?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갖 의문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미은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차 문을 닫아 서하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서하윤은 추미은과 구진영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곧장 사고 현장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두 사람을 완전히 무시한 듯 보였다. 추미은은 다시 차 문을 열고, 구진영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구진영은 망설임 없이 사고 현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진영 씨, 사고 현장은 위험할 수도 있어! 가지 마!” 추미은의 그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주변의 소음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구진영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결국 추미은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어쩔 수 없이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그의 뒤를 따라갔다. 구진영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하윤을 따라가는 모습을 본 추미은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구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