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0장

하지만 추미은이 그렇게 말했음에도, 구진영은 온천 리조트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추미은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뭐라 하기도 애매했다. 서하윤은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구진영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며, 머리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던 과거 차은우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 순간, 구진영과 차은우가 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불면증과 두통으로 고생한다는 점까지 똑같았다. 서하윤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꽉 쥐었다. 어젯밤 구진영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익숙한 감정이 다시금 가슴 한복판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조금 차분해진 뒤, 그녀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한번 눌러보세요. 두통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어요.” 그녀는 말하면서 자신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혈자리의 정확한 명칭을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간단히 행동으로 대신했다. 추미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하윤을 바라보았다. “한의학 마사지 기법을 알고 계시는 건가요? 아니면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머리를 이렇게 눌러보는 것을 보고 그것이 효과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녀는 구진영의 관심을 끌기 위해 비슷한 행동을 했던 여자를 여러 번 봐왔기 때문에, 서하윤의 행동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래서 서하윤이 아는 척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구진영이 갑자기 눈을 뜨며 서하윤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효과가 있나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구진영 씨께 맞을지는 모르겠어요.” 서하윤은 애써 담담한 척 대답했다. 그녀는 구진영의 목소리가 차은우와 똑같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리움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혼란을 가져왔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계속해서 한 가지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이 남자는 차은우야. 구진영의 시선이 오랫동안 서하윤에게 머물렀다. “그럼... 진영 씨, 하윤 씨 말대로 한번 시도해 보자.” 추미은이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