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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장

“마지막으로 영화 본 게 대학교 1학년 때였어. 그 뒤로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었거든.” 설아현은 깊은 감회에 잠겼다. 그녀의 젊은 시절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단조로움이 가득했다. 그러니 강재민이 그녀를 지루하다고 느낀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가족 어른들이 요구하는 대로 성장해 온 그녀는 진정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서하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서하윤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영화는 자주 안 보는데, 대학교 다닐 때는 내 친구랑 자주 보러 가곤 했어. 그 친구가 남윤길을 정말 좋아해서 남윤길이 나오는 영화가 개봉하면 꼭 나랑 같이 갔거든.” “남윤길? 나도 좋아해. 집에서 한가할 때면 남윤길이 나오는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챙겨 보곤 했어. 네 친구 안목이 꽤 좋다? 남윤길 진짜 대단한 배우잖아.” 설아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바로 그때, 설아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 좀 받을게.” 설아현은 서하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서하윤을 굳이 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화했다. 전화를 건 상대는 어른으로 보였다. “죄송해요. 요즘 강재민과는 만나지 않아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설아현은 통화 내내 따뜻하고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며 예의 바르게 대답했지만 표정에서는 미묘한 냉담함이 엿보였다. “저와 강재민은... 지금 강재민은 좋아하는 여자와 잘 지내고 있으니 저는 그냥 축복할 뿐이에요. 그러니 죄송하지만 두 분이 저희 가문 어르신께 일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얘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설아현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차분해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강재민이 약속을 어기고 송주희를 선택한 것이 그녀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신경 쓰는 건 단지 이 혼약이 깔끔히 끝날 수 있느냐는 것뿐이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설아현의 얼굴에는 잠시 불쾌함이 스쳤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부드럽고 공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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