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6장
소만리가 차로 돌아오자 지하 주차장의 공기는 그녀의 기분을 그렇게 많이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았는데도 운전대를 잡은 그녀의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그녀는 자신에게 냉정해지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이미 다시 운전할 힘이 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기모진과 강연의 키스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자의 의기양양한 미소와 남자의 못마땅해하는 눈매는 마치 그 해 자신을 대하는 기모진의 냉혹한 태도와 같았다.
하지만 소만리는 항상 기모진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운전할 상황이 되지 않아서 계속 차 안에서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기모진과 강연이 한 방에 있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상하니 소만리는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나 아팠다.
그녀는 계속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소만리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는데 기모진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지금 옷차림이 단정하고 늠름하고 기품이 우아했다.
“기모진.”
소만리가 입을 열어 그를 불렀다.
기모진이 소리를 듣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가 고개를 들어 보니 소만리는 얼굴이 창백하고 눈빛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소만리. 당신 어떻게 여기 있어?
그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때 그의 부드러운 말투는 아까의 그 냉담함과는 정반대였다.
소만리는 눈앞에 있는 잘생긴 얼굴을 보며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자신의 감정을 달래려고 안간힘을 썼다.
“기모진.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서 당신 날 속이고 몰래 강연과 함께 있어요?”
조금 전 강연과 함께 저녁을 먹은 일을 소만리가 알게 된 것을 생각하며 기모진은 미안함을 느꼈다.
“소만리. 당신을 속이려고 한 게 아니야.”
그는 설명을 하며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손대지 마요. 더러워.”
소만리는 그를 피했다. 기모진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허공에 뜬 손바닥은 공허했다.
소만리에게 내쳐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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