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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장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녀는 미안한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가진 돈이 이것밖에 없어요.” 그 당시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그의 마음에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희망의 샘물 같았다. 그녀가 건넨 오백 원짜리 동전이 그의 꿈을 이루어주었던 것이다. 옛 시절을 회상하던 경연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 진심으로 사모하는 여인의 모습이 비쳤다. 그는 이렇게 끝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소만리.” 그는 소만리를 향해 외쳤다. “고마워.” 다시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결국 용서해 줘서 고마워. “경연, 안 뛰어내리고 뭐해! 얼른 뛰어내려!” “펑!” 요트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강한 기류와 열기가 소만리가 있는 곳까지 덮쳤다. “앗!” 소만리가 놀라 외치며 얼른 얼굴을 가렸지만 강한 폭발력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온몸이 튕겨져 나갔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도 윙윙거렸다. 동시에 머릿속에 모든 상념이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정신을 잃었는지 어리둥절해 있던 소만리는 누군가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는 고함소리를 들었지만 그녀의 모든 지각과 감각은 점차 희미해져갔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즈음, 따가운 햇살이 그녀의 눈가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눈을 찌푸리던 소만리는 제대로 눈을 떠보려고 애썼지만 허사로 돌아갔고 따끔따끔한 통증이 얼굴과 피부에 스멀스멀 번지는 것을 느꼈다. “엇.” 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이 아가씨가 깨어난 것 같아.”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 소만리는 아직 눈을 뜨지 않았지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아가씨가 자신을 지칭하고 있음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소만리는 아픈데도 억지로 눈을 떠서 눈앞의 상황을 똑똑히 보려고 했다. 무거운 눈꺼풀이 천천히 열리며 소만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희미하게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검은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소만리는 일어나려고 애써보았지만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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