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9장
모현의 말을 듣자 기모진의 무거운 눈길에는 다행스러운 빛이 흘렀다.
강연이 그에게 준 담배 때문에 읽어버렸던 중요한 기억들이 이제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때의 화재는 제가 저지른 것이 아니에요.”
기모진은 마침내 사실을 말할 기회가 생겼고 모현과 소만리는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모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나한테 말했잖아. 비록 자네가 그때 강연에게 이용당해 기억을 잃었지만 이 불은.”
“강연이 사람을 시켜 미리 불을 질러놓았고 나한테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오게 만들어 날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했어요. 강연의 목적은 이 불을 내가 지른 것이라고 소만리가 오해하게 만들어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었어요.”
기모진의 대답에 모현과 소만리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물론 지금 기모진이 한 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강연이라는 여자는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여자이기 때문이다.
“모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소만리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쓰린 심정으로 안타깝게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소만리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기모진은 지금까지 이런 억울함을 혼자 속으로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 일로 인해 그녀를 잃고 그들의 결혼 생활도 파탄이 났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강연이 준 특제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 까닭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었어.”
기모진의 말을 들으며 소만리는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 당시 그녀의 눈앞에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타오르는 불길을 본 순간 그녀는 모든 이성을 잃었다.
강연에게 다른 속셈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만리는 오직 강연이 기억을 잃은 기모진을 이용해 그에게 불을 지르게 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얼마 전 비행기를 타고 Y국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난기류 때문에 머리를 부딪히고 나서야 모든 일이 생각났어.”
기모진은 눈앞의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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