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1장
의아해하는 소만리의 목소리를 듣고 기모진은 몸을 살짝 움직였다.
그가 가늘고 긴 눈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호박색 눈동자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흐르는 것 같았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었다.
소만리는 궁금해서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기모진은 갑자기 사진을 접고 서류봉투 속에 아무렇게나 넣은 후 소만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협력업체에서 보낸 제품 사진이야. 별로 볼 게 없네.”
그는 서류봉투를 서랍에 집어던지고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어떻게 갑자기 들렀어? 나 보고 싶었어?”
소만리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어.”
“지나가던 길에?”
“응, 지나가던 길에.”
소만리는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사실 그녀는 지나가던 길에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정말 그가 보고 싶었다.
시선을 들어보니 기모진의 앞단추가 조금 풀린 것이 보였고 소만리는 손을 뻗어 단추를 채워주려 했지만 그의 옷깃에 채 닿기도 전에 기모진은 애써 외면하는 듯 몸을 돌려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들었다.
소만리의 손이 허공에 머물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모진?”
“나 지금 정례 회의 가야 돼.”
그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면서도 일부러 소만리에게 경연의 얘기를 꺼냈다.
“당신 요즘 경연이 보러 안 갔지?”
소만리는 기모진이 왜 자신을 피하고 있는지 생각에 빠져 있다가 그가 갑자기 경연을 언급하자 정신이 번뜩 들기 시작했다.
“내가 가면 자꾸 걱정만 끼치곤 해서 요즘 아예 안 갔어.”
소만리가 이렇게 해명했다.
“당신은 그 사람을 참 잘 배려하는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경연에 대한 기모진의 질투심을 느꼈다.
그러나 소만리가 오해할까 봐 기모진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경연의 몸 상태가 걱정되면 당신 가 봐도 돼. 난 당신 믿어.”
소만리는 의외라는 듯 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진, 정말 내가 경연을 보러 가도 괜찮겠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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