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거문고 연주 이야기로 넘어가자 남궁진은 오히려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그는 그 밤 연우루에서 조경선의 진짜 실력을 직접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조씨 가문 사람들조차도 몰랐겠지. 장녀가 그토록 뛰어난 고수일 줄은.’
이렇게 생각에 잠긴 사이, 조경선은 이미 하인에게 거문고를 가져오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앉아서 무엇을 연주해야 할지 한동안 결정하지 못했다.
그때, 남궁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왕비, 이건 어떻소. 왕비가 거문고를 타고 내가 퉁소를 불지. 부부가 함께 한 곡을 연주하며 어머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것이오.”
그가 생각한 것은 혹시라도 조경선이 연주한 후, 여정 옹주가 또다시 독설을 내뱉는다면 그건 곧 조경선의 체면이 또 한 번 무너지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합주한다면 아무리 여정 옹주라도 말 한마디 내뱉을 수 없을 터였다.
조경선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챈 듯 남궁진을 좀 더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서방님께선 어떤 곡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남궁진은 본디 또렷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었건만 그녀 입에서 ‘서방님’이라는 세 글자가 나오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왕비가 이렇게 날 부른 적 있었던가? 서방님이라... 이 평범한 단어가 이 사람 입에서 나올 줄이야. 어쩌면 이렇게도 듣기 좋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조경선이 다시 묻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서방님?”
“아, 방금 잠시 정신이 딴 데 있었소. 명월교를 함께 연주하는 건 어떻겠소?”
<명월교>는 안선에서 유명한 곡, 혹은 사랑을 주제로 한 잘 알려진 곡이었는데 어릴 적 함께 자란 남녀가 가난 속에서도 부부의 연을 맺는 이야기였다.
남자는 가난한 선비였고, 과거 급제를 위해 글을 읽는 중이었다.
여자는 장사를 하며 남편의 공부를 뒷바라지했다.
숱한 고난을 함께 견뎌낸 끝에 그 선비는 마침내 과거 시험에 급제해 방안이 되었지만 그를 눈여겨본 공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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