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이렇게 한바탕 분위기를 뒤집고 나자 조아람은 마치 물러버린 가지처럼 축 처져 더는 트집 잡을 기운조차 없었다.
하지만 남궁철은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무심히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다음 수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이 바깥에서 어떤 시녀를 데리고 들어왔다.
조경선은 그 시녀를 보고 어딘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곧 선원주의 처소에서 일하는 아이였다는 걸 떠올렸다.
그녀의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을 보니 분명 선원주 쪽에 무슨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 생각에 조경선은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고 마음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선원주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랐을 리 없고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를 리 없었다.
이 시점에 사람을 보냈다는 건 속셈이 뻔했다.
남궁진도 시녀를 보고 눈꺼풀이 살짝 떨리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 시녀는 급히 다가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원비 마마께서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실 뻔했습니다.전하께서 걱정하실까 염려돼 서둘러 이 사실을 전하러 왔사옵니다.”
조경선은 속으로 눈을 휙 뒤집었다.
‘진짜 걱정됐다면 숨기고 감췄어야 맞는 거지, 이렇게 들이닥쳐 떠벌리는 건 오히려 전하가 걱정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거겠지. 그 여자를 생각하면 참 전하도 안되셨어. 어떻게 그런 독한 사람에게 홀려버렸을까. 머릿속이 온통 꿍꿍이뿐인데.’
시녀의 말을 들은 남궁진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남궁진을 오래 지켜봐 온 조경선은 선원주에게 일이 생기면 그가 가만히 있지 못하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속으론 분명 걱정이 앞설 것이다.
게다가 오늘 그는 참석도 했고 예도 갖췄고 심지어 퉁소까지 불어줘 가며 체면도 세워줬다.
이쯤이면 돌려보내는 게 예의였기에 마음은 무거웠지만 조경선은 꾹 참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전하, 원비마마께서 편찮으시다니 어서 돌아가 보세요. 아버님, 어머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두 분 다 이해해주실 거예요.”
남궁진은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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