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남궁진의 얼굴빛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가볍게 ‘응’ 하고 대답했다.
조경선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전하께서 내일 어머니 생신 잔치에 참석해 주시고 어머니께 체면을 세워주신다면... 그날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 누구에게도 더는 화내지 않을 거고 원비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남궁진은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불쑥 몰려오는 낯선 감정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분명 그녀의 용서를 바라고 있었고 스스로도 그에 합당한 태도를 보이며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조경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잔치에 가지 않을까 봐 일부러 조건을 걸러 온 것이다.
실은 그녀가 용서하건 말건 남궁진은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그녀가 직접 초대장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도 그는 갈 생각이었다.
원래는 그 말을 직접 전하고 싶었으나 거래하듯 말하는 조경선의 태도를 보자 남궁진은 입을 뗐다가 이내 말없이 다물고 말았다.
결국 한참을 뜸 들인 끝에 그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소. 꼭 참석하겠고.”
그 말에 조경선은 안도하며 숨을 내쉬었다.
그녀 손에는 초대장이 하나 더 들려 있었지만 남궁선에게 전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중이었다.
평범한 친구라면야 초대장 하나 건네는 건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엄연히 ‘연왕 전하’였고 신분이 높아 일개 신하의 평실 생일잔치에 참석하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괜히 오해라도 생기면 곤란한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홍난은 별일 아니라는 듯 조용히 위로해 주었다.
“왕비마마, 너무 걱정 마세요. 연왕 전하께서 저희 왕부에서 요양 중이신 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요. 그 전제를 생각하면 왕비님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며 부인 생신에 축하 인사를 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조경선은 잠시 고민하다 결국 초대장을 남궁선에게 전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궁선은 이미 준비해 둔 선물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것을 어머님께 전해 주세요. 제 생신 선물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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