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조경선은 그가 정말로 묵고 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전혀 예상 못 했다.
아직 머리가 완전히 깨지 않은 듯 멍한 눈으로 그녀는 남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안 가신다고요? 저랑 같이 자겠다는 겁니까? 같은 침대에서요?”
마지막 물음은 유난히 강하게 힘을 줘 말했는데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한 반응이었다.
남궁진은 그 시선을 받자 어딘가 더 민망해졌다.
명분 있는 일이건만 조경선의 반응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했다.
그는 얼굴을 굳게 하고 일부러 태연한 척 ‘응’ 하고 짧게 대답했다.
조경선은 그를 몇 번이나 힐끔거리며 살폈다.
“전하, 오늘 혹시 술 마셨나요?”
남궁진은 냉소를 터뜨렸다.
“날 누구로 보는 거지? 왕비는 여인이 돼서 술에 흠뻑 취해서... 그것도 다른 남자랑 단둘이 마시고 말이야. 정말...”
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잘못한 건 자기였다는 걸 알기에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꾹 참았다.
술 마신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정성껏 돌보다니 이건 더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조경선은 그가 아마도 미안해서 억지로 체면을 내려놓고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가 가시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러다 하인들이 보면 오해하겠어요. 저희 사이 헷갈리게 되잖아요. 그냥 방으로 돌아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뭘 오해하오. 왕비는 내가 정식으로 맞아들인 왕비고 나도 왕비 방에서 자는데 누가 감히 입을 놀린단 말이오? 게다가 한두 번 같이 누운 것도 아니잖소.”
그는 못내 불쾌하다는 듯 덧붙였다.
‘그걸 또 들먹이다니!’
예전에 태후궁의 별전에서 연극처럼 치러낸 그 일이 떠오르자 조경선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여 곧장 목소리를 차갑게 낮췄다.
“분명 전 말했습니다. 내일 전하의 애첩분이 여기 와서 울면서 우리가 어젯밤에 뭘 했냐고 물으면 전하께서 알아서 설명하세요. 전 변명 따위 안 할 거니까.”
이 말을 끝으로 조경선은 그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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