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조경선은 이미 만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남궁선은 그녀가 추울까 걱정되어 자신의 도포를 그녀 위에 덮어주었다.
현색 도포가 그녀를 감싸 안았고 하얗고 자그마한 얼굴은 마차에 기대어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남궁선의 시선은 내내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감정을 마주하며 느끼는 무력함과 갈등을 그는 실감했다.
‘내가 전 황태자가 아니고 그녀가 남궁진의 아내가 아닌 그저 우연히 마주친 평범한 백성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경선이 길에서 남궁선을 우연히 만난 뒤, 함께 골목 안으로 들어간 일은 이미 암위를 통해 남궁진에게 보고된 상태였다.
몇 시간 동안 잠들었다가 막 깨어난 그는 이 이야기를 들은 순간 가슴 한켠이 다시 아려왔다.
그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몇 가지 사실을 그는 알아냈다.
남궁선이 직접 황후에게 청해 천지주를 조경선에게 선물했고 황후는 또한 천 부인을 조씨 가문의 정실부인으로 책봉해 ‘호결 부인’이라는 아름다운 칭호까지 내렸다.
남궁선과 비슷한 나이대인 남궁진은 그 누구보다도 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온화하지만 실상은 냉정한 성품의 소유자, 결코 남을 쉽게 챙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남궁선이 조경선을 얼마나 각별히 여기는지 그는 예상 이상임을 절감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 크게 외쳤다.
“왕비마마 돌아오셨습니다!”
남궁진이 문밖으로 나가니 두 하녀가 서둘러 마차에서 조경선을 부축해 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비스듬히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남궁진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러나 조경선은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형님.”
남궁진은 늘 냉담하고 절제된 사람이었지만 남궁선에게만큼은 한 번도 무례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언제나 공손하고 예의를 갖췄던 남궁진이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조경선을 품에 꼭 안은 채,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남궁선을 바라봤다.
눈빛은 깊고 차가웠으며 그 속에는 분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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