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그러나 남궁진은 조경선이 이미 돌아서서 그를 더는 쳐다보지 않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천천히 몸을 숙여 홍란과 초연을 부축하며 두 사람을 어깨에 기대게 한 채 힘겹게 방 안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남궁진은 그녀의 태도가 영 못마땅했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결국,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조경선은 매섭게 고개를 돌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선명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건드리지 마세요!”
그 순간, 남궁진은 자신이 어쩌면 완전히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헌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전하, 소신이 증언할 수 있습니다. 천지주는 결코 원비의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 천지주는 애초에 폐하께서 전하께 하사하신 그 보물이 아니옵니다. 이것은 월왕 전하께서 황후마마께 청하여 왕비마마께 내리신 것입니다.”
“...뭐라?”
남궁진은 마치 한줄기 벼락이 가슴을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고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형님이... 왕비에게도 천지주를 준 것이었단 말이냐?”
그제야 모든 것이 맞춰졌다. 과거 진상된 공물 중에도 천지주가 포함된 적이 있었으니, 황후가 그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처음부터 잘못 짐작한 것이었다.
남궁진은 머뭇거리며 어딘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원비의 천지주는 어디로 갔느냐?”
강헌의 얼굴에는 더 이상 감추어 지지 않는 원망이 서렸다.
“그건 직접 원비마마께 물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
낙향각.
선원주는 남궁진이 냉랭한 얼굴로 나서서 조경선의 심복 둘을 처결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흐뭇했다.
이러고 나면 두 사람이 크게 다툴 것이고, 이후에는 서로 얼굴 보기도 싫어질 터였다.
그녀는 아예 하인들에게 소문을 퍼뜨리게 해 왕비가 원비에게 내린 전하의 하사품을 훔쳤다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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