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남궁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의 주위는 한층 더 서늘해졌고 목소리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천하에 이토록 기막힌 우연이 어디 있단 말이냐? 도둑질을 했으면 도둑일 뿐. 이제 와서 주인이 그 물건을 되찾겠다 하는데도 오히려 모욕을 하다니, 왕부의 체면을 땅에 떨어뜨리는구나!”
홍난은 그의 날 선 비웃음에 속이 타들어 가듯 애가 탔다. 이내 눈물이 떨어졌으나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조경선이 그런 일을 저지를 리 없었다. 그녀는 주인의 성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분명한 오해이거나, 누군가의 음모였다.
하지만 진왕의 이 한마디로 인해 조경선은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터였다. 하인들은 물론, 왕부 내외의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소문이 퍼지면 그녀의 명예는 어찌 되겠는가?
홍난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목숨을 걸듯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간절히 외쳤다.
“전하! 제가 마마를 감싸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일이 터무니없기에 감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왕비마마께서는 결단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저도 압니다, 그 물건이 귀한 것임을요. 하지만 천하에 단 하나뿐이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남궁진 또한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지주는 진상품이었고 올해 궐에서도 단 하나만을 하사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니 결코 흔한 보물이 아니었다.
그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얼굴을 굳혔다.
“너희는 왕비의 측근으로서 그릇된 길을 가지 않도록 바르게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거늘, 도리어 무분별한 행동을 하였고 측실에게까지 무례함을 범하였다. 응당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주영을 불러라. 즉시 형장을 집행하라.”
주영이 황급히 뛰어왔다. 오는 길에 대강의 사정을 전해 듣고 속이 타들어 가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남궁진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간절히 청했다.
“전하! 소신이 보기엔 이 일은 분명 오해가 있는 듯하옵니다. 왕비마마께서 돌아오시면 분명히 밝혀질 터이니, 부디 그때까지 잠시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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