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하지만 그녀는 아예 몸을 돌려버리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서륭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
“알겠어, 알겠어. 기빈이 귀찮다고 느끼면 안 하면 되지. 그런데 사비 자리는 이미 다 찼고 소의 여씨의 위계를 좀 올려주려면 누군가는 자리를 비워야 하거든.”
“소의 여씨요? 소의 여씨는 원래 비빈 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나요?”
“지난번 큰일이 있었잖아.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었고 그 일 이후로 괜히 마음이 걸려서 승진시켜 주는 게 제일 좋은 보상이라 생각했어. 근데 말이야, 가빈이 귀비가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럼 란비랑 동급이 되는데 누가 기빈을 무시하겠어?”
기빈은 또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륭제는 더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됐다, 알겠어. 이제 자자.”
다음 날, 조정 업무를 마친 서륭제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곧장 란비의 성부궁으로 향했다.
궁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하인들이 들어갈지 여쭈려 했으나 그는 손을 내저으며 제지했다.
뜰 안으로 들어서자 곧 안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서륭제는 그 소리가 귀에 익어 곧 누군지 짐작이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란비가 초희의 뺨을 때리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어젯밤에도 한 차례 혼낸 터였는데 오늘은 새 옷을 갈아입은 초희의 잘록한 허리가 눈에 밟혀 더 화가 치밀었던 모양이다.
결국 그녀는 초희를 무릎 꿇리고 분풀이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서륭제의 호통에 란비는 깜짝 놀라 몸을 덜컥 떨었다.
그녀는 얼핏 무릎 꿇은 초희의 얼굴을 흘끗 보더니 이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폐하, 소첩이 총이를 꾸짖고 있었사옵니다. 오늘따라 자꾸 마음이 딴 데 가 있는지 실수를 몇 번이나 반복하길래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어서요.”
“초희, 밖에 나가 기다려라.”
그러자 초희는 얼굴을 감싼 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서륭제는 곧장 란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해보오. 그 아이가 오늘 어떤 실수를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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