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이런 모자는 잔혹한 권력 다툼 속에서 보기 드문 맑은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연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지라 남궁진과 조경선은 남궁엄에게 옥으로 조각해 만든 옥병풍을 선물하기로 했다. 남궁선은 거액을 들여 야광 화병을 샀다. 아주 예쁜 꽃병이었다.
일황자의 생일날 그들은 함께 연왕부로 찾아갔다. 과묵한 성격인 남궁엄과 달리 연왕비는 성격이 아주 시원시원한 사람이었다. 열정이 넘치고 아량도 넓은 그녀는 연회를 더 열기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술이 세 번 돌았을 때 조경선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황자의 생일에 궁에서 분명 사람을 보내 선물을 줘야 했다. 칠황자는 몸이 낫지 않아 오지 못했다고 해도 다른 황자들과 공주들도 전부 참석했다. 그런데 어떻게 황제와 황후가 일황자의 생일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연왕비도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작게 중얼거렸다.
“황제 폐하께서 잊으신 건가?”
남궁선도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미간을 구겼다. 그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사람이었기에 형제들이 서로 의리를 지키며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돌린 시선 끝에는 이황자가 있었고 연왕비의 중얼거림을 듣고 조용히 입꼬리를 씩 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남궁선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남궁진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본능적으로 문 쪽을 보았다. 그 순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의 신변을 지키는 어림군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조경선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긴 왜 찾아온 거지?'
만약 궁에서 무언가를 하사하러 왔다면 서륭제의 내시가 찾아왔어야 했고 어림군이 찾아올 리가 없었다. 큰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역시나 제일 앞장 서 있던 어림군의 대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송구합니다. 신, 진천은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고 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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