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그녀는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남궁선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남궁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소.”
곧 남궁선은 묵묵히 거처를 옮겼지만, 조경선은 선원주가 있는 한 남궁철의 귀에 곧 들어갈 것을 짐작했다.
자신의 처소에는 정임 또한 머물고 있으니, 조씨 가문 역시 머지않아 알게 되리라.
주영은 조경선의 석조각 정원에서 멀찍이 떨어진 담침원을 남궁선을 위해 마련해 두었다.
정원을 지키는 호위무사들은 남궁선 본인의 직속이었다.
매일의 식사 역시 작은 주방에서 따로 준비되었다.
이 모든 것이 조경선의 뜻이었다.
남궁선이 이사한 첫날은 공교롭게도 남궁진의 상처 실밥을 뽑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네 번째 형의 모습에, 형으로서의 걱정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채 조경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다.
남궁진은 비교적 얌전히 이틀 동안 자리를 지켰기에, 상처는 잘 아물어 있었다.
조경선은 익숙한 솜씨로 가위와 실 갈고리를 놀려 묻힌 실을 뽑아냈다.
스무 바늘이 넘는 은실을 제거하는 데에는 바느질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성이 필요했다.
그녀는 온 정신을 집중한 표정이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남궁진의 시선은 말없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금방이라도 땀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릴 듯 하자, 그는 재빨리 손수건을 들어 땀을 닦아주었다.
조경선의 손길이 순간 멈칫했고, 그녀는 영문을 모르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남궁진은 어색하게 얼굴을 굳히며 어쩔 수 없이 말을 건넸다.
“어서 하시구려.”
“무슨 볼일이라도 있소? 저승이라도 가야 하는 거요?”
그녀는 마지막 실을 뽑아내고 약초를 덧바른 뒤 붕대로 감싸 매듭짓고 나서야 손을 멈추었다.
조경선이 물을 가지러 자리를 비우자, 남궁선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남궁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 사이가 전보다 좋아졌구나.”
침상에 누워 있던 남궁진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형님, 오해이십니다. 저는... 그녀를 몹시 싫어합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녀는 참 좋은 사람인데, 어찌 그리 탐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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