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남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조경선은 잦은 기침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소첩이 몸이 편치 않아, 오늘 셋째 오라버님의 병환을 살피느라 기력을 너무 소진했나 봅니다.”
남궁진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잠겼다.
“강 의원이 네 몸에 현혹 초의 독 외에도 다른 독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무엇이더냐?”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
“소첩도 알지 못합니다. 6, 7년 전쯤 무슨 독에 중독된 듯합니다. 한동안 심하게 앓고 난 후 그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너무 오래되어 어떤 독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근본적인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만, 큰 탈은 없고 다만 몸이 조금 허약할 뿐입니다.”
‘여정 옹주가 꾸민 짓임이 분명하구나.'
그는 속으로 짐작했다.
“돌아가거라. 시녀를 불러 부축하게 할 터이니.”
다음 날, 조경선은 다시 월왕부를 찾았다.
이번에는 남궁선이 방 안이 아닌 뜻밖에도 햇볕이 잘 드는 마당에 나와 있었다.
조경선이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 후, 그의 잿빛으로 가라앉았던 마음에 다시금 희망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 오라버님.”
조경선은 그의 달라진 모습에 기뻐하며 목소리마저 한결 밝아졌다.
“어젯밤에는 꿈을 꾸셨사옵니까?”
남궁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적을 곁에 두지 않았음에도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소.”
그가 말하며 다시금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부적의 기운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잠시 곁에 두지 않아도 아직 그 효험이 남아있는 것뿐이었다.
조경선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시녀를 시켜 깨끗한 물을 가져오게 한 후, 머리에 꽂혀있던 비녀를 뽑아 자기 검지 끝을 살짝 찔러 작은 상처를 냈다.
붉은 피 두 방울이 맑은 찻잔 물에 스며들자, 그녀는 그것을 남궁선에게 건넸다.
“제 피는 어릴 때부터 조금 특별했습니다. 이 물을 드시면 오늘 밤에는 반드시 꿈을 꾸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의심이 들었지만, 남궁선은 조경선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