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약을 다 바르고 나서 조경선은 주영을 불러 시녀를 시켜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분부했다.
그녀는 따로 고기 요리도 좀 챙겨 주었고, 거지 아이는 연신 감사하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사람을 보내고 나서야 조경선은 오랫동안 꼿꼿이 앉아 있던 남궁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진왕 전하, 굳이 걸음 하신 연유가 있으신지요?”
남궁진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앞으로는 원주를 벌하지 마시오.”
조경선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스쳤다.
“명백히 잘못을 저질렀는데, 제가 벌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요?”
남궁진은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그녀와 더 다투고 싶지 않아 짜증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본디 몸이 허약하여 그리 오래 꿇어앉아 있을 수 없소. 게다가 지금은 날씨도 쌀쌀한데, 차가운 땅바닥에 오래 앉아 있다가 원비가 병이라도 얻으면 어찌하겠소.”
조경선은 차갑게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는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 정말로 따지자면 제 몸이 그녀보다 훨씬 더 허약한데, 진왕 전하께서 저를 가엾이 여기시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군요.”
그는 잠시 굳은 듯 멈칫하더니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것은 당신이 자초한 일이지.”
조경선은 몰래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만약 언젠가 원비가 용서할 수 없는 끔찍한 잘못을 저지른다면, 전하께서는 여전히 눈감아 주시며 무조건 감싸겠나요? 혹시라도 이 지나친 방종이 언젠가 전하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으셨고!”
남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했지만, 조경선이 갑자기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원비와 오 황자 전하의 관계를 한 번이라도 의심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그 말은 마치 남궁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역린을 건드린 듯, 그는 순식간에 냉정하게 변하여 그녀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순간, 원래의 평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끔찍한 냉기만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웠다.
“어디서 망발을!”
조경선은 가느다란 눈썹을 활처럼 치켜올리며 그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