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주영은 방관자로서 세상사 흐름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안목으로 상황을 명확히 보았다.
주인집 가게의 관리인으로 오랜 세월을 보내며 권력의 이면과 인간의 본성을 차갑게 지켜보아 왔던 터였다.
그는 사실 왕비야말로 비단 옷자락 아래 진정한 선의를 간직한 사람이며, 겉보기에 연약한 꽃처럼 보이는 원비가 실상은 가시 돋친 매화처럼 독살스러운 여인임을 꿰뚫고 있었다.
진왕 전하는 단지 일시적으로 눈이 멀었을 뿐이라고 그는 가슴 깊이 확신했다.
진왕 전하가 정신을 차리게 되면, 이 진왕부에는 천지가 뒤집힐 만한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남궁진은 점심 식사 후 서재에서 두꺼운 서책을 앞에 놓고 계속 공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그가 사태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명희가 푸른 자국이 남을 매를 다 맞았고, 선원주도 역시 차가운 돌바닥에 이미 한 시진을 무릎 꿇고 있었다.
주영이 간단히 사건의 전말을 남궁진에게 전하였고, 그는 즉시 호랑이 눈빛처럼 안색이 차가워지며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여 정원으로 향했다.
선원주는 정원 문을 등지고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시녀들은 발소리를 죽여 걸었지만, 갑자기 뒤에서 무겁고 급한 발걸음 소리가 가을 낙엽 밟는 소리처럼 선명히 들렸다.
그녀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남궁진이 온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과연 다음 순간 남궁진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녀 앞으로 다가와 한 손으로 그녀의 차가운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 일으켰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가슴 깊은 연민이 담겨 있었다.
“원주야, 내가 늦었구나.”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그 맑은 연못 같은 둥근 눈에는 구슬 같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전하, 전하.”
그녀는 남궁진의 굳건한 팔을 꽉 잡고, 힘없는 버들가지처럼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의 품에 소리 없이 쓰러졌다.
남궁진은 할 수 없이 그녀의 가녀린 몸을 가로로 안아 낙향각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기도 전에 안에서 밤중의 부엉이 울음 같은 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명희의 목소리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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