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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남자친구 등판

긴장감이 감돌던 그때 웬 은색 우루스 차량 한 대가 바로 옆에 멈춰 섰다. 정승진은 차에서 내리더니 마치 다른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듯 이가인에게만 인사를 건넸다. “가인 씨, 좋은 아침이에요.” 이가인은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다들 여기서 뭐 하세요? 지금은 출근 시간 아닌가?” “저는 막 퇴근하고 나오던 길이에요. 교수님 두 분은 이만 출근하세요.” 그녀의 말에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분위기는 다시 숨 막힐 듯 조용해졌다. 정승진은 차량 뒷좌석에 앉은 남자를 힐끔 보더니 이가인을 향해 물었다. “가인 씨 친구예요?” “아니요.” 이가인이 빠르게 대답했다. “급히 퇴근해야 하는 거 아니면 잠시 나 좀 볼래요? 가인 씨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요.” “가인 씨 지금 엄청 바쁜데, 안 보이나?” 차 안의 남자가 이가인을 대신해 대답했다. 정승진은 그 말에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다리는 완전히 다 나으셨어요?” 남자는 본능적으로 대답을 하려다가 간신히 참고는 정승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볼일이 있는 사람은 가인 씨 하나니까 괜히 끼어들지 말고 갈 길 가.” “저도 마침 가인 씨한테 볼일이 있어서 그 말은 들어주지 못하겠네요.” 정승진의 말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쪽이 가인 씨 남자친구라도 돼? 남자친구 아니면 이 대화에 낄 자격 없으니까 말로 할 때 이만 꺼져” 이가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정승진을 이만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정승진이 그녀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가인 씨 남자친구 하죠 뭐. 이제 남자친구 등판했는데 뭐 어쩌시게요?” 정승진의 말에 이가인은 크게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고 고현우는 바로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차 안에 있던 남자는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어댔다. “하하하, 네가 저놈보다는 낫네.” 저놈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이 고현우를 칭하는 말이었다. 고현우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남자를 향해 외쳤다. “여기는 혜임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행패 부리지 말고 썩 꺼져!” 그 말에 남자가 한순간에 웃음을 거두어들이더니 무서운 눈길로 고현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안 꺼지면 무력이라도 써서 날 제압하게? 그럴 배짱은 있고?” 고현우는 그의 도발에 움찔하더니 이내 입을 꾹 닫았다. 이제 막 부 교수 타이틀을 달았는데 괜한 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침묵이 3초를 넘어가자 보다 못한 이가인이 고현우에게 말했다. “저는 정말 괜찮으니 이만 올라가 보세요.” “고작 그 정도 배짱으로 나한테 덤빈 거야? 너 같은 건 메스 드는 것밖에...” 남자는 고현우를 한껏 비웃다가 갑자기 차 안으로 뻗어온 정승진의 손에 의해 머리채가 잡혔다. 정승진은 남자의 머리를 잡아 차창 밖으로 끄집어내더니 그대로 차창 틀을 향해 힘껏 남자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가인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그리고 고현우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단단한 곳에 머리와 목이 골고루 부딪힌 탓인지 쿵쿵 소리를 제외하고도 뼈가 잘못 맞춰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경호원은 넋을 놓고 있다가 소리가 점점 더 심해져 갈 때쯤에야 정신을 차리고 남자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정승진은 경호원이 다가오고 나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정승진이 손에 힘을 풀자 남자의 머리가 마치 시체처럼 차창에 축 늘어졌다.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지만 남자의 얼굴을 이미 하얗게 질려있었고 두 눈에는 공포와 패닉이 가득 서려 있었다. 경호원은 그 모습에 정승진에게 달려들 생각도 못 하고 충격을 받은 듯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정승진은 손을 한번 털더니 차창에 보기 좋게 머리가 걸려있는 남자를 향해 친절하게 얘기해주었다. “환자분은 현재 경추가 탈구되셨습니다. 그러니 경호원에게 얼른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하세요. 지금 바로 신고하시면 아마 저를 7일에서 15일 정도 유치장에 가둬둘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남자는 시선을 돌려 얼른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이에 경호원이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는데 정승진이 다시 여유로운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참, 의사로서 조언 하나 해드리자면 경찰들이 도착했을 때 제발 살살 움직여 달라고 하세요. 지금 상황에서 만약 조금만 환자분을 잘못 건드리면 경추는 물론이고 흉부까지 마비돼 아무리 실력 좋은 의사라도 구해줄 수 없을 테니까요.” 그 말에 경호원이 움직임을 멈추고 정승진을 바라보았다. “빨리 경찰에 전화하지 않고 뭐해요?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이렇게 걸려있어도 위험해지는 건 매한가지예요. 치료 적기를 놓쳐 전신 마비 상태가 될 수도 있거든요.” 즉 남자는 지금 움직여도 안 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도 안 된다는 뜻이었다. 정승진의 말에 완전히 사색이 된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 살려줘.” 그러자 정승진이 모른 척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인님이 살려달라잖아요.” 그러고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태연한 얼굴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남자는 그 모습에 자신이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꼬리를 내렸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가인 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그, 그러니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정승진은 그 말에 바로 의사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있는 고현우 교수님이 마침 경추 쪽 전문가거든요. 이분이 환자분을 도와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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