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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그 남자의 직진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정말 그렇기 때문이겠지.” “...” 정승진은 이가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해서 말을 내뱉었다. “나 너랑 잘해보고 싶은 거 맞아.” 이가인은 그 말에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물었다. “왜?”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왜 그렇게 말도 안 된다는 얼굴인 건데?” “그야...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정승진은 그 말에 장난기가 조금 어린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뭐?” “말하는 게 꼭 신중하게 남편감 고르는 결혼 적령기 여성 같길래.” 이가인은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 “우린 안 어울려.” “이유는?” 정승진이 물었다. 이에 이가인은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훅 내뱉었다. “내로남불인 건 아는데 난 원나잇 하는 남자 안 좋아해.” 두 사람은 현재 식당의 제일 구석 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그리 큰 것도 아니었는데 ‘원나잇’이라는 말에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두 사람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가인은 어차피 입 밖으로 나온 거 차라리 잘됐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얘기를 할 생각으로 자세를 한번 고쳐 앉았다. 한편 정승진은 그녀의 말에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 얘기 해도 되는 거야?” 그러고는 그녀가 얘기의 물꼬를 트기를 기다렸다는 듯 몸을 조금 앞으로 기대며 말을 이어갔다. “그날 클럽에서 네가 내 손 잡았을 때 난 한눈에 알아봤어. 네가 바로 그때 종사로에서 다친 남자를 도와줬던 여자라는 걸.” 이가인은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너랑 호텔로 간 건 단순히 네가 예뻐서 너랑 자고 싶었던 게 다야. 그런데 자고 나니 너랑 연애하고 싶어졌어.” 건너편 테이블의 손님들은 이미 젓가락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그들은 식사하러 왔다는 온 본래의 목적을 잊고 오직 두 사람의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가인은 정승진이 이렇게도 돌직구로 얘기할 줄은 몰라 한순간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혹시 그날 밤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거야?” 정승진의 말에 이가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괜찮으니까 별로인 부분이 있었다면 얘기해줘.” 정승진은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해서 낯뜨거운 말을 해댔다. 이가인은 그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 “다 별로였어. 원나잇 했던 남자들 중에서 네가 제일 최악이었어. 그리고 만약 그다음 날 널 근무지에서 볼 줄 알았으면 너랑 자지도 않았어.” “거짓말.”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야?” “그런 식으로 하룻밤 잔 거 내가 처음이었잖아.” 정승진의 단호한 말에 이가인이 움찔했다. “...” “너 그때 침대에서 계속 떨고 있었어.” 정승진의 말대로 이가인은 그날 처음으로 원나잇이라는 걸 했다. 이제껏 살면서 원나잇 같은 건 해볼 생각도 한 적이 없었기에 그날 그녀는 꽤 오래 고민한 끝에 정승진에게 말을 걸었다. 굳이 정승진을 골랐던 건 단순히 그가 고현우보다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그였기에 조금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혹시라도 단칼에 거절을 당할까 봐. 그러나 예상외로 정승진은 흔쾌히 수락했고 그녀를 따라 클럽에서 나왔다. 이가인은 클럽에서 나온 후 아주 잠깐 지금이라도 그에게 미안하다며 원나잇은 없던 일로 하자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머릿속으로 고현우가 그녀를 섹파라고 칭한 것이 떠올랐고 이에 그녀는 괜히 욱해버려 다시 마음을 다잡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 방으로 들어간 후 이가인은 떨림을 멈추기 위해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역시 떨림은 감출 수 없었고 정승진은 결국 그녀가 원나잇은 처음이라는 걸 알아채고 말았다. 이가인은 그날 밤 일을 떠올리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때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정승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 뭣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랑 있을 때는 기분 나빴던 거 잠시 잊을 수 있었잖아. 그리고 그렇다는 건 내가 그 순간만큼은 널 기분 좋게 만들었다는 뜻 아니야?” 이가인은 그 말에 표정이 잠시 복잡해졌다. “혹시 섹파가 필요한 거야?” “나는 그날 네가 그렇게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만약 안 갔으면 나랑 연애할 생각이었고?” 정승진은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비꼼을 정확히 알아듣고 조금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도 그날 이유가 뭐가 됐든 나랑 자고 싶어서 날 고른 거잖아. 서로 성적으로 끌렸기는 너나 나나 매한가지 아니야?” 이가인은 그 말에 뜨끔했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맞아. 그날 너나 나나 서로 누구 하나 손해 본 거 없이 만족했으니까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 그리고 확실하게 말하지만 난 원나잇 한 상대랑 친구 하고 싶은 생각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냥 동료로서 지내는 거로 해.” 이가인은 말을 마친 후 정승진이 뭐라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승진은 그녀를 따라나서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 이 한마디만 건넸다. “푹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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