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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방옥순은 내 힘든 가정환경을 알고 나를 각별히 아껴주었다. 하지만 나의 목표가 강도현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를 지지할 것인지 쫓아낼 건지 확신이 없었다.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은 후 나는 강재욱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의 기부 행사에 나도 참가할 예정이었다. 나는 새로 산 흰 지팡이를 들고 아래로 내려가자 강재욱이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많은 여학생이 그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강재욱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기숙사 입구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강재욱이 한참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그 시선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나는 평소처럼 즐겨 입는 흰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그런데 강재욱은 처음 보는 것처럼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가왔다. “이 흰 지팡이는 누가 사준 거야?” “내가 샀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내 손에서 지팡이를 홱 빼앗아 쓰레기통에 던졌다. 나는 돌아서서 기숙사 건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강재욱이 내 팔을 낚아챘다. “어딜 가? 이게 화날 일이야?” 강재욱은 미간을 찌푸리고 나를 반강제로 끌다시피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고 나서 비서의 손에서 긴 박스를 받고 그 안에서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꺼내서 내 손에 넣었다. “제일 비싼 것 샀다.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지팡이야.” 나는 그의 손을 가볍게 밀어냈다.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도, 내겐 보이지 않아. 내 지팡이나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오늘 행사에 가지 않을 거야.” “서아린!” 내 말을 들은 강재욱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소리쳤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지팡이? 장님인 내가 강도를 만나지 않고 위험에 처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이런 위험한 물건을 사준 거야?” 내 말투 때문에 그런지 강재욱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으나 그의 안색이 여전히 어두워졌다. 잠시 후, 그는 차 키와 같이 있는 접이식 칼을 꺼내서 다이아몬드를 파낸 다음 다이아몬드를 주머니에 넣고 지팡이를 다시 내 손에 쥐여주었다. “다이아몬드를 빼냈어.” 나는 더 이상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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