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강재욱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는 곧이어 내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분명한 분노가 서려 있으면서도, 그 안에 묘한 흥미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흰 지팡이를 두드리며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강재욱이 순식간에 나를 들어 올리더니 거침없이 차 쪽으로 걸어가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방금 내가 한 협박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송지우에게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해서 그냥 내보낼 줄 알았다.
‘이렇게 강제로 차에 태울 줄이야...’
“눈도 안 보이는데 길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운전석에 앉은 그는 룸미러로 내 쪽을 한 번 더 흘겨보았다.
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송지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재욱아,나 좀 놀랐어. 너 왜 이렇게 화를 내? 너무 무섭게 말하는 거 아니야?”
강재욱이 순간적으로 멈칫하더니 이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나는 그가 송지우 앞에서까지 화낼만한 이유가 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평소의 강재욱이라면 송지우 앞에서는 말 잘 듣는 개처럼 굴며 다정하고 부드러운 모습만 보이려고 애를 썼으니까.
“지우야,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약속할게.”
나는 순간 속이 울렁거려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나에게는 차갑고 가시 돋친 말을 내뱉으면서도, 송지우에게는 이렇게 정성스럽게 사과하다니.’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내게 사과할 필요도, 자비를 베풀 필요도 없었다. 나 역시 그에게 단 한 순간도 연민 따위 품지 않을 테니까.
“아린아, 재욱이가 너한테 화낸 거 너무 신경 쓰지 마. 사실은 널 걱정해서 그런 거야. 네 안전이 걱정돼서 그런 거야. 나도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재욱이는 처음 봐.”
송지우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재욱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룸미러를 통해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침묵에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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