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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강재욱이 원하는 대로 내가 그에게 의지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그의 의도를 먼저 간파하고, 그가 원했던 실망한 표정을 짓지 않아서 화가 난 걸까? 송지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린아, 너 그렇게 말하는 건 망상이야... 너처럼 예쁜 애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야.” 나는 냉소를 지었다. 강재욱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였듯, 송지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강재욱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마치 나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아린아, 네 부모님 여기 계시지? 온 김에 참배라도 하고 가야겠다.” “필요 없어. 아무나 네가 참배할 가치가 있는 인간들인 건 아니니까 이만 가자.” 강재욱은 송지우의 손을 이끌며 돌아서다가 마지막으로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태도는 어딘가 유치한 도발 같았다. 아마도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짓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천천히 돌아서서 바닥을 더듬으며 흰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나는 강재욱이 결코 송지우에게 내 부모님의 묘를 참배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송지우는 자신이 입양됐던 시절의 기억이 흐릿했다. 그저 입양된 집에서 동생에게 떠밀려 차도로 나갔던 일, 처음으로 양부모에게 학대당했던 일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강재욱은 그런 송지우를 너무도 안쓰러워했다. 그러니 그녀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할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녀를 차로 태워 돌려보내려 했을 것이다. 나는 흰 지팡이를 두드리며 주차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대문에 이르기도 전에, 강재욱이 나를 거칠게 붙잡았다. “방금 그 말 무슨 뜻이야? 내가 널 좋아한 게 아니라, 단순히 불쌍히 여긴다고? 감히 그런 말을 네 입에서 해?” ‘다시 돌아와서 날 붙잡고 한다는 말이 이거야? 설마... 정말 화난 거야?’ “오빠가 항상 그렇게 말했잖아.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미 자각했나 봐. 근데 왜 그렇게 신경 써? 난 오빠가 내 입으로 말해주면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그의 손아귀가 내 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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