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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그 젊은 남자가 이지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이지현은 그의 품에 안겨 까르르 웃음이 그치지 않았는데 그 둘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고서준이 이지현에게 버림받은 걸까? 멍하니 두 사람을 지켜보던 나는 종업원이 다가와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묻자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 훠궈 탕을 골라주세요.” “죄송해요. 두 가지 탕으로 할게요. 고마워요.” 종업원이 나가자 나는 또 다른 반찬도 주문했고 우리는 한 끼 맛있게 먹었다. 매콤한 훠궈가 식욕을 돋워서인지 나는 이례적으로 많이 먹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나는 마침 세면대에 서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이지현을 만났다. 나를 본 순간 그녀의 눈빛은 순간 당황스러워졌지만 곧 진정되었다.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씻은 후 천천히 닦는 나를 보며 이지현이 물었다. “김수아, 너는 지금 우쭐해졌지?” ‘내가 우쭐해졌다고? 내가 뭘 우쭐해야지?’ 내가 무엇을 우쭐해야 할지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는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이 손 닦은 종이를 옆의 쓰레기통에 홱 던지고는 어두운 얼굴로 떠났다. “미쳤나봐.” 나도 조용히 욕을 하고는 떠났다. 시간은 빨리 흘러 어느덧 월말이 됐고 설 휴가 전에 김정태가 전화 와서 돌아오는지 물었다. 전에 나는 설날 때 할머니를 뵈러 가기로 했다. 그의 물음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31일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요.” 내 말을 들은 김정태는 기뻐했다. “그럼 31일 저녁에 기사더러 마중 나가라고 할게.” 나는 대답을 했지만 오히려 김정태가 수상해 보였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는 종래로 나에게 언제 돌아오냐고 묻거나 혹은 어디로 가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전화를 끊은 나는 왠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2023년의 마지막 3일 동안은 경성시를 비롯해 전국에 눈이 내렸다. 학기 말이라 수업도 거의 끝났고 앨런의 봄 시즌 발표회 작품의 완제품도 거의 다 나오자 그는 나에게 휴가를 줬다. 별일 없었던 나는 침실에 틀어박혀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드라마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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