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나는 피식 웃었다. “아쉽네, 잘 어울렸는데.” 이지현이 나에 대한 루머를 퍼뜨릴 때 나는 그들에게과 자초지종을 얘기했었다. 이효민과 전여희는 눈을 마주쳤다. 무언가 물어보려던 전여희를 보며 이효민은 그녀의 입을 가린 채 끌고 가며 말했다. “됐어. 가십거리는 그만 말하고 오늘 저녁에 뭘 먹을 지 고민해봐.” “아 참. 너 내일 돌아가지? 몇 시 비행기야?” 전여희를 의자에 눌러 앉히던 이효민이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오후 세 시.” ... 은산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아마도 경성시의 겨울에 익숙해졌는지 나는 패딩을 벗으며 은산시의 기후에 적응했다. “아가씨.” 패딩을 벗자마자 기사가 도착했다. 나는 캐리어를 기사에게 준 후 차에 들어갔다. 기숙사 단톡방에서 이효민과 전여희가 도착했냐고 묻고 있었다. 그들의 문자에 대답하고 수다를 떨고 난 후 고개를 들어본 나는 그제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님을 발견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아저씨, 어디로 가는 거예요?” “대표님께서 바다로 데려오라고 했어요.” “바다?” 강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가씨.” 김정태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할머니를 보러 돌아왔다. 지금 할머니 얼굴도 못 봤는데 바다로 가라니? 안색이 어두워진 나는 운전석 등받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돌아가세요. 난 바다에 안 가요.” 강철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가씨,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아가씨를 부두까지 바래다주지 않으면 대표님은 저를 해고할 거예요.” “아가씨,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든 식솔의 생활을 책임지는 저를 불쌍히 여겨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네?” 강철민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김정태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고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그는 먼저 협박했다. “수아야, 할머니가 최근에 감기에 걸려서 병원으로 모셔왔어. 내 친구의 아이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작은 파티를 열었으니 너는 가서 이틀 놀다가 다시 돌아와. 파티가 끝나면 할머니 병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