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그리고 김정태는 앞으로 너의 할머니로 널 위협하지 않을 거야. 수아야, 날 미워하지 않으면 안 돼?”
고서준은 나의 손을 잡으려 했다.
“고서준. 너 나를 좋아해?”
손을 뒤로 감추며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교만하고 언변이 없었던 고서준은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입으로 말하는 것이 완전히 다를 때가 있었다.
우월한 집안에서 태어난 고서준은 어려서부터 사랑을 듬뿍 받다 보니 오히려 표현할 줄 몰랐다.
억지 부리고 막무가내인 모습에 더 익숙했던 나는 그가 일부러 겸손한 자태를 취하자 더욱 불편해졌고 심지어 나만 다르게 대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게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나를 특별하게 대했을까?
고서준을 보며 나는 그 단서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고서준이 아니라고 대답해주길 바랐지만 질문을 던지고 난 후 고서준의 안색은 한결 밝아졌다.
고서준은 태연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응. 난 너를 좋아해.”
시선이 마주치자 피식 웃던 나는 생각할수록 우스워 큰 소리로 웃었다.
고서준의 점점 더 어두워지는 안색을 바라보며 나의 웃음도 쌀쌀해졌고 마침내 뚝 그쳤다.
“너의 그 좋아하는 마음을 그만 접어줘.”
갑자기 머리가 아파 난 나는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운명은 때때로 사람을 희롱한다.
전생에서 나는 고서준을 미친 듯이 좋아했지만 고서준은 이런 내가 미웠다.
그와 결혼해서 아내가 되어 매일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어도 그는 나를 무시했다.
이번 생에서 나는 온갖 방법으로 그를 멀리했고 아무런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안색을 무시한 채 나는 심호흡하며 천천히 말했다.
“증오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짜증스러운 감정을 너는 잘 알 거로 생각해. 난 지금 그런 느낌이야.”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으며 나는 불빛이 환하고 봄날처럼 따듯한 실내에 서서 예전에 가까이하고 싶어 애썼던 남자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좋아해 줘서 고맙지만 난 원하지 않아.”
몇 걸음 걷던 나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앞으로 더는 귀찮게 하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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