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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장

병원에서 나오니 오후 3시였다. 변호사를 통해 이미 사건을 취하했고 고서준은 이지현을 데려간 후 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나는 핸드폰을 클릭해서 한 번 보고는 화면을 잠갔다. 고서준이랑 이지현 그들이 뭘 하든 난 상관없었다. 난 이제 그들이 뭘 원하는지, 뭘 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할머니를 모시고 할머니가 건강하고 평안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은 나는 몸에 두른 외투를 여미고는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 학교로 돌아가려고 했다. 내가 손을 뻗자마자 벤틀리 한 대가 내 앞에 멈추더니 검은 차창을 내리며 나민준이 빙그레 웃으며 인사했다. “하이, 수아. 일부러 나를 찾아온 거야?” 나는 그를 바라보며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는 덤덤한 어투로 대답했다. “무슨 일 있어요? 없으면 비켜주세요, 택시 타야 해서요.” 열이 났고 또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고 음식을 먹지 않아 내 목소리는 모래를 한 움큼 뒤집어쓴 것처럼 힘겹게 변했다. 나민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내려왔다.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말하면서 그는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짚어보려 했다. 그의 손이 내 이마에 닿으려고 할 때 나는 머리를 옆으로 비켰다. 그가 물러서지 않으니 나는 그를 에돌아가려 했지만 겨우 두 걸음 걸었는데 나민준이 내 손목을 잡았다. 나민준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해졌다. “너 열 나.” 나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이걸 좀 놓으면 안 될까요?” “나랑 병원에 가자.” 나민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끌고 병원으로 갔다. 그 순간 나는 어디서 나온 힘인지 그를 뿌리치고 나서 손을 들어 뺨을 한 대 때렸다. 손바닥이 그의 얼굴에 떨어뜨렸을 때 나는 후회했다. 나민준의 얼굴에 손톱에 긁힌 흔적을 보니 마음이 불안해졌다.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츠리며 나는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전...” “너 뭐?” 나민준은 영문도 모른 채 나한테 따귀를 한 대 얻어맞고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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