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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나민준은 배가 고픈지 먹을 것을 한 상 가득 주문했고 얼마 안 지나 아줌마가 음식을 하나씩 가져왔다. 나는 고개를 숙여 죽을 먹었고 나민준은 열심히 밥을 먹었다. 몇 입만 먹었는데 더는 먹을 수 없어 숟가락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나민준을 보며 물었다. “어머님은 좀 괜찮으세요?” 나민준은 고개를 들어 티슈를 한 장 뽑아 입을 닦았다. “건강에는 별문제 없으셔. 본인이 주의하시면 백 세까진 문제없어.” 농담도 할 수 있는 걸 보니 나는 그가 괜찮아졌다는 것을 알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잠시 그가 먹는 것을 기다렸다. 어쨌거나 내가 그의 뺨을 한 대 때린 거니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려 했다. 이렇게 내가 그에게 사과하는 셈 치자고 생각한 나는 핑계를 하나 찾아 일어섰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먼저 먹고 있어요.” 나민준은 닭 다리를 뜯어먹으며 고개를 들었다. “너 지난번처럼 나 혼자 두고 도망가는 건 아니지?” “...”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더니 남자의 마음도 만만치 않다. “10분 안으로 돌아올게요.” “그럼 됐어.” 나민준이 핸드폰을 두 번 누르자 핸드폰 액정이 밝아졌다. “지금은 3시 51분이니 4시 01분까지 네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너의 기숙사 아래로 너를 찾으러 갈 거야.” “...” 나민준은 내가 말을 하지 않자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봐.” 나는 심호흡을 하며 그를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핸드폰을 들고 떠났다. 우리가 식사하는 곳은 2층에 있는데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계산대를 못 찾아서 웨이터에게 물어보니 계산대가 아래층에 있다고 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막 계산대에 도착한 나는 낯익은 뒷모습과 마주쳤다. 순간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아 돌아가려고 하려던 순간 이지현이 나를 불렀다. “수아야.” 나는 못 들은 척했지만 이지현은 끈질기게 쫓아왔다. “수아야, 너도 여기 와서 밥 먹는 거야?” 이지현은 진짜 바보인지 내숭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를 감옥에 집어넣고 싶은 사람 앞 에서 연기하고 있었다.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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