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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한 번만 착한 일 한다고 생각하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나민준이 전에 나를 도와줬던 것과 그에게서 김정태의 상황을 알아내야 한다는 이유로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나민준은 3, 4분쯤 나를 안고 있다가 나를 놓아주었다. 이 순간 그는 웃고 있었지만, 그의 매력적인 눈동자엔 미소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지금 나 비웃고 싶지?” 그의 물음에 나는 입술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옆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자조적인 말투로 다시 말했다. “비웃어도 돼. 나 진짜 우스워.” 이런 나민준은 내가 알던 나민준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매력 넘치고 자존심 강하고 자신만만한 사람이었고 또 그럴만한 자격도 있었다. 그는 마치 초원의 매서운 표범처럼 강렬한 존재여야 하지 지금 이렇게 초라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그의 고개 숙인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내 얘기 들어줄래?” 나민준이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은 길었고 나민준의 이야기도 길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와 고서준이 원수처럼 된 이유와 그들의 부모 세대에 얽힌 복잡한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 ... 나민준의 어머니는 고서준의 아버지와 대학교 동창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민준의 어머니는 고서준의 아버지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당시 고서준의 아버지에게는 이미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로 인해 나민준의 어머니는 그에게 고백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게 4년이 흘러 대학교가 끝날 때까지 그녀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그 감정을 묻어두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 후 고서준의 아버지는 고서준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 결혼은 사업으로 맺어진 정략결혼이었을 뿐 고서준의 어머니는 고서준의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실 고서준의 어머니는 자신의 첫사랑의 목숨을 위협하는 외할아버지 때문에 결혼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결혼 후 고서준의 아버지는 점점 고서준의 어머니에게 애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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