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고서준이 그렇게 말하자 문득 그에게 고모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난 생에서 그의 고모는 고명준이 위독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고명준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다시 떠나버렸었다.
나는 숨을 깊이 내쉬며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서준과의 인연을 끊기 위해 애를 썼는데 결국 그의 형 밑에서 일하게 될 줄이야.
“가족이 왔으니 난 이만 가볼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고 병실을 나가려 했다.
고서준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움직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걸음쯤 걸어 나갔을 때 문득 내가 치료비를 대신 낸 것이 생각나 다시 돌아와 가방에서 치료비 영수증을 모두 꺼내 고서준에게 건넸다.
“이거 내가 대신 낸 치료비야. 총 52만 8천 원이야.
“뒤에 붙은 건 됐고 52만 원만 주면 돼. 네 형이 깨어나면 그때 줘도 되고 아니면 네가 대신 줘도 괜찮아.”
이제 나는 예전처럼 여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돈 한 푼 한 푼을 아껴 써야 했다.
고서준은 내가 이렇게 돈에 집착하는 모습이 의외였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내가 그를 쫓아다닐 때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십만 원도 안 되는 저렴한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초콜릿이나 만년필 하나 사는 데에도 수백만 원을 썼으니까.
그러자 고서준이 손을 입가에 대고 기침을 하며 말했다.
“너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거야?”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먼저 보내줄게.”
그러면서 고서준의 깊은 눈동자 속에 살짝 장난기 어린 표정이 스쳤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친구 추가 코드를 보여주며 말했다.
“일단 친추하자. 그래야 돈을 보낼 수 있잖아.”
그 순간 기억 속 보다 한결 풋풋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 나는 교활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금 코드를 열어 보였다.
“스캔해. 고마워.”
순간 고서준의 눈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그는 묵묵히 ‘어’라고 답하며 돈을 이체했다.
그의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자 나는 왠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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