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뜨거운 숨결이 내 귓가와 얼굴을 흠뻑 적셨다.
나는 원래 남들보다 민감한 편인데 특히 누군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일 때면 쑥스러워서 귓불이 빨갛다 못해 터질 지경이다.
그가 손을 내밀어 나를 와락 끌어안더니 고개를 숙였다.
얇은 입술이 가볍게 내 볼을 스치고 한없이 짙은 눈동자로 나를 그윽하게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 흠뻑 빠지면 더는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고서준의 입술이 점점 내 입가에 다가왔고 순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양손으로 그의 벨트를 꽉 쥔 채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전생에 온통 내 세상이었던 이 남자를 이번 생에 다시 만났는데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완벽한 남자를 만났고 그래서 평생 이 남자를 잊지 못했다. 환생한 지금 다시 만났어도 이렇게 피할 수가 없나 보다.
이건 마치 설레는 함정처럼, 아주 넓은 사랑의 그물처럼 저도 몰래 내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이제 곧 내 입술에 닿을 듯했고 나는 일말의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
상대는 바로 이지현이었다. 그녀는 충혈된 두 눈으로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얼른 고서준의 품에서 벗어나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잡고 있던 벨트도 내려놓았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불륜을 저지르는 내연녀처럼 이유 모를 난감함에 빠져버렸다.
이지현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며 내 몸을 통째로 뚫어버릴 기세였다.
나는 이 난감한 상황에 못 이겨 빨개진 얼굴로 황급히 도망쳤다.
인간은 역시 달콤한 덫에 빠져버리면 끝이 안 보이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기 마련이다.
낮에 있은 일로 나는 도무지 고서준을 마주할 수가 없었고 그가 보낸 메시지에도 답장을 안 보냈다.
그도 똑똑한 사람인지라 내가 답장을 안 보내니 더는 전화를 걸어오지도 않았다.
저녁에 나는 대충 정리를 마치고 공부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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