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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고서준이 지원서를 들고 이리로 오는 것이었다. “저 아직 안 늦었죠?” 단장 언니는 고서준을 보더니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하여 나와 악수한 채로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를 쳐다봤다. 내가 난감해서 손을 빼내고 나서야 단장 언니도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지원서를 받더니 반갑게 머리를 끄덕였다. “안 늦었죠. 우리 이벤트 기획 동아리의 마지막 회원이 된 걸 축하해요. 수아야, 너희 두 사람 앞뒤로 나란히 들어왔네.” 단장 언니는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보았고 그 시선이 나는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얼어 죽을! 얘가 왜 여길 와?! 고서준은 농구를 좋아하는 거로 기억하는데 대체 왜 농구 동아리로 안 간 걸까? 그게 아니면 이지현과 함께 아무 동아리나 들어가도 될 텐데 왜 기어코 맨 마지막에 남은 이벤트 기획 동아리에 들어온 걸까? 설마 이런 게 바로 숙명일까?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고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쳇바퀴 같은 운명?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게 정해진 운명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운명은 바꿀 수 없지만 내게 다가올 행운은 스스로 조종할 수 있으니까. “자, 이러면 모든 회원들 다 모였지? 우리 마침 개학 시즌 행사가 있으니 다 함께 계획을 구상해볼까?” 단장 언니의 지휘로 우리 모두 동아리실에 모여서 나란히 의자에 앉았다. 대학교의 분위기는 고등학교처럼 딱딱하지 않았다. 다들 편하게 임의로 착석했다. 나는 일부러 구석진 자리를 골랐는데 고서준이 내 옆에 앉을 줄이야. 내가 안으로 더 들어가자 그가 또 내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내 머릿속에 문득 어젯밤의 악몽이 재현됐다. 고서준이 나를 잔인하게 버리고 짙은 눈매에 일말의 온기도 담겨있지 않던 그 모습 말이다. 결혼은 여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보이지 않는 족쇄? 또 혹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그렇다면 처참했던 나의 결혼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감 넘치던 나를 열등감에 휩싸이게 한 것, 행복했던 나를 불행하게 만든 것, 희망찬 나를 절망의 궁지로 몰아붙인 것, 정말 오직 이런 것들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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