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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그 순간 부슬비가 거센 빗줄기로 변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고 그저 공기 속에 짭조름한 냄새가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결국 나를 바닥에 버려둔 채 차를 몰고 떠났다. 어둠과 시린 마음이 내 의지를 잠식시키고 나를 아득한 감옥으로 빠트려놓았다. 더는 헤어나올 수 없게 말이다. 이 끔찍한 악몽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만 같았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덧 이른 아침이었다. 나는 이마에 난 땀을 닦았고 식은땀이 옷깃을 흠뻑 적셨다. 다행히 모든 게 지나갔고 앞으로 난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버림받을 일은 없다. 경성대가 워낙 크다 보니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영원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경성대는 왜 또 이리 작았던가. 인연만 닿으면 빈번히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나는 그 두 사람이 매우 잘 지낸다는 말을 들었다. 꼭 마치 나만 애틋한 연인 사이에 끼어든 꼴이 되었다. 그들 앞에 나타난 적은 없지만 항상 그들의 의논 속에 존재했다. 이어진 며칠 동안 금방 개학한지라 과제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늘 무심결에 그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가 많아서 일부러 그들과 관련된 모든 장소를 피해 다녔다. 나민준이 학생회에 있다고 하니 나는 학생회 선거도 전부 포기했다. 고서준이 어느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하면 나는 또 갖은 핑계를 둘러대며 그 동아리를 거절하려고 했다. 그들 세 명은 마치 시계와도 같았다. 고서준과 나민준은 초침과 분침이 되어 영원히 이지현을 중심축으로 빙빙 돌고 있다. 나는 그런 그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가끔 룸메들과 등산도 하고 산책도 하며 홀가분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 “수아야, 우리 동아리에 가입 안 하면 학점을 다 채울 수 없대. 지금 네게 남은 건 이벤트 기획 동아리뿐이야. 넌 워낙 똑똑해서 이벤트 기획 같은 것도 잘 해낼 거야.” 룸메가 이벤트 기획 동아리의 전단지를 건네주었는데 위에 적힌 글을 읽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고서준 같은 성격에 절대 이런 동아리를 선택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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