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장
나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이런 일이 발생해서 저도 매우 유감스럽습니다만 이걸 빌미로 저한테 멋대로 욕설을 퍼부으시면 안 되죠. 증거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안 그러면 이건 엄연한 비방죄이고 나에 대한 인신공격이에요. 그에 상응한 법률적 책임을 질 수나 있어요?”
그녀가 눈에 뵈는 것 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나도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다 같은 사람인데 내가 왜 그녀를 봐줘야 할까?
한편 나의 이 말이 이지현의 엄마 박주미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그녀는 험상궂은 얼굴로 마치 한 마리의 맹수처럼 나에게 덮쳐들었다.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가 커다란 손을 휘두르며 곧장 나의 뺨을 후려칠 것 같았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귀싸대기 소리가 안 들리고 얼굴도 전혀 얼얼하지 않았다.
비스듬히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 훤칠한 체구의 남자가 막아 나서고 있었다.
“여긴 병원이에요. 무슨 일 있어도 나가서 말씀하시죠.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내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는데 상대는 바로 고서준이었다.
그가 나를 지켜주다니? 나는 놀란 마음을 뒤로 한 채 바로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을 쳐다봤다.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이지현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빨개진 눈시울로 내 앞에 있는 고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이지현의 엄마 박주미는 잔뜩 화나서 씩씩거리다가 고서준을 본 순간 의외로 조용해졌다.
“슬기가 아직 어려서 이런저런 사고가 생길 수도 있죠. 여기서 무용 선생님을 욕할 바엔 잠자코 기다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시끄럽게 뭐 하는 거예요 이게 대체? 이러면 의사들한테도 영향 미치는 거 몰라요?”
그는 박주미에게 정색하며 냉정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나는 고서준이 대체 무슨 속셈인 건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경찰들이 와서 무용 선생님을 조사했겠죠. 내 말 틀려요?”
박주미의 눈가에 스친 원한과 불만을 보아내기라도 한 듯 고서준이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나는 하마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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