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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고서준과 함께 온 여자아이는 바로 이지현의 여동생 이슬기였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곧장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한때 나도 그와 가정을 이루고 여느 평범하고 소소한 아침에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나란히 손잡고 아이를 학교까지 바래다주는 환상을 품어본 적이 있다. 다만 나는 그런 환상을 품지 말았어야 했고 더욱이 고서준을 남편으로 섬기지 말았어야 했다. 둘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고서준도 나를 발견했다. 나는 돌아서서 다른 어린이에게 말했다. “자, 선생님이 무용 신발 신겨줄게.” 이어서 허리를 숙이고 웃으며 아이의 신발을 신겨주었다. 어린아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곧장 푹신한 무용 신발로 갈아주었다. 두 사람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고서준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지만 나는 담담한 척 해보였다. “여기서 알바해?” 그의 급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안 했다. 쌀쌀맞은 태도가 조금은 언짢았던지 그의 눈빛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여름방학이 지나면 우리는 각자 제 갈 길을 갈 것이고 앞으로 만날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나도 당연히 그와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싶었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고서준이 이슬기를 앞으로 내밀었다. “김 선생님, 우리 슬기 무용 신발 좀 신겨줄래?” 고서준이 기대 어린 눈길로 나를 쳐다봤고 이에 나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이슬기가 건넨 무용 신발을 신겨주었다. 이슬기는 이지현을 많이 닮았는데 이 아이가 더 활발해 보였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의 가족도 사랑한다고, 고서준은 미래에 가족이 될 사람들과 어우러지려고 많이 노력하나 보다. 나는 그 무엇도 원망할 자격이 없었다. 애초에 그가 이지현을 사랑하는 줄 모르고 어리석게 꽁무니나 쫓아다니다가 처참한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김 선생님, 우리 슬기 무용에 천부적 재능이 있어 보여?” 그가 또다시 질문을 건네왔다. 나는 오롯이 돈 버는 것 위주의 원칙에 따라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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