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장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
“네 동생 수업 들으러 안 왔잖아?”
그녀가 날 찾아온 걸 알고 있지만 나는 결코 이 여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이지현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떡하니 앞길을 막았다.
“전에 일은 내가 미안해. 엄마가 그토록 흥분하실 줄은 몰랐어. 그 일로 일부러 너한테 사과하러 온 거야.”
그녀는 그날 병원 일로 나한테 사과하며 일부러 착한 사람 코스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했다면 그 당시에 나섰어야지. 일이 다 지난 뒤에 날 찾아와서 사과하는 게 아니라.”
그땐 포효하는 엄마를 묵묵히 방관하고 있더니 오늘은 과연 얼마나 진심 어린 마음을 안고 나에게 사과하러 온 걸까? 어찌 됐든 나는 이런 식으로 지내는 게 너무 싫었다.
“할 말 있으면 바로 해. 빙빙 돌리지 말고.”
나는 매우 쌀쌀맞은 태도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이런 사람들과는 길게 말을 늘여놓을 필요가 없었다. 이지현은 마치 얼마나 큰 서러움이라도 당한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날 일이 줄곧 마음에 걸리고 석연치 않다는 걸 알아. 너한테 용서까진 바라지 않지만 그 일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녀는 내게 길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에 나는 기분이 살짝 불쾌했다.
산들바람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휘날렸다. 만약 그녀가 어떤 마음가짐인지 몰랐다면 나는 정말 이 여자를 좋은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내가 더는 아무 말이 없자 이지현이 이마 앞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경성대에 붙었다면서? 학교는 언제쯤 갈 생각이야?”
나를 관심하는 듯한 말투지만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 걸까?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런 대답도 안 했다.
한편 이지현도 의외로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
“원래 너랑 함께 가려고 했어. 나랑 서준이도 학교 가야 해서 며칠 전에 미리 가서 집 장만할 생각이거든.”
드디어 본론에 들어선 모양이다. 앞서 한 말은 전부 이 화제를 꺼내기 위해 빌드업했을 뿐이다.
‘애쓴다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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