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장
고서준은 내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전히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야. 할 말 없으면 이대로 조용히 끝내자.”
텅 비어버린 마음의 조각은 그 누구도 메꿀 수 없다.
그건 내 어린 시절의 유일한 행복의 조각이고 내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며 나를 있게 해준 유일한 버팀목이니까.
깊게 한번 숨을 내쉬고 나니 천천히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머니만 생각하면 또다시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하늘이 다 무너지는 기분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서지 않는다.
빌어먹을 아버지가 그렇게 많은 고통을 줄 때도, 한번 또 한 번 나를 이용하려 들 때도 눈물 같은 건 나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지 거기에서 벗어나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곁을 떠났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내 모든 것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할머니를 인질로 잡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물러서고 또 물러서는 일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얻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서준은 고개를 떨군 채 가만히 있더니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그날 이후 우리 둘은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았고 그렇게 방학이 끝이 났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이제는 3학년이 되었다.
세남구 프로젝트는 아직 준비단계에 있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라 전통 정원 쪽은 아직 도안을 수정해나가는 중이었고 현대화 건축물 쪽은 서서히 공정이 시작됐다.
고서준이 뭐 하고 다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더 이상 내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날 나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아마 일부러 피하는 것일 테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마치 새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어깨에 날개라도 단 듯이 날아다녔다.
모든 과제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내자 교수님들이 하나둘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교수님 한 분이 나를 부르셨고 나는 강의가 끝이 난 후 바로 교수님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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