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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장 심술을 부리다

아주 묘하게 달갑지 않은 기분이었다. 잘 생각해 보면 박지환은 여태껏 윤서아한테 친절하고 남부러울 것이 대했었다. 그러니 윤서아가 실망을 안겨다 주는 짓들을 하지 않았어도 박 씨 사모님의 위치는 그녀 자리였을 것이다. “추워?” 박지환은 차를 그녀 옆에 세운 뒤 문을 열었고 민서희는 묵묵히 차에 오른 뒤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붙였다. “힘들다고 하면 날 데리고 가지 않을 거예요?” 그쪽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따라서 시동이 걸렸다. “최대한 빨리 갈 테니까 조금만 참아.” 그는 어느새 차 안의 난방을 높이면서도 민서희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지 않았다. 전에 감옥에서 유산하고 실명을 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해 분명 윤서아보다 더 고통스러움을 겪었는데도 박지환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아무리 한경이 속였다고 한들 지금 그의 행동은 너무나 명백하기 그지 없었다. 그때 왜 윤서아한테 대하는 것처럼 나한테 와주지 않았을까? 혼란스러움 속에서 눈을 지그시 감은 민서희는 몸이 점점 불편해져 어렴풋이 토하고 싶다는 게 느껴졌다. 신물이 입안을 한 바퀴 돌다 다시 억지로 삼킨 그녀는 차가 멈춰서자 입안에 아무런 맛이 없었다. “도착했어.” 민서희는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풀지 않았다. “가고 싶지 않아요. 혼자 가면 되지 왜 굳이 날 데려온 거예요?” 윤서아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윤서아를 보러 가야 된 거지? 자기 마음이 약해지면 약해진 건지 나하고 뭔 상관이야? 그녀의 고집스러운 화기를 은근히 느꼈으나 영문을 모르는 박지환은 몸을 반쯤 기대고 물었다. “몸이 안 좋아?” 민서희는 그를 밀쳤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그녀의 저항스러운 행동에 박지환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운전대를 잡고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돼. 네가 몸이 안 좋아서 갈 수 없다가 어머니한테 전화할게.” “잠시만요.” 민서희는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어머니요?” 막 시동을 걸려던 박지환이 답했다. “응. 지금 저택 앞이야. 왜 그래?” 자신의 어이없는 행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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